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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씨의 은밀한 취미

35세의 어정쩡한 관리법 시리즈 ① · 멘탈관리: 감정의 파도 속에서 일상 유지하는 법

by 나짱짱 2025. 10. 6.

 

나는 요즘 너무 자주 무너진다.

하지만 다시 일어난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오늘도 버텨야지” 하고 시작하는 날이 많다.

20대에는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 적이 없었는데,

35세가 되니 버티는 게 일상이 되었다.


요즘 내가 겪는 멘탈 흔들림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무너진다.

상사가 살짝 차가운 톤으로 말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친구가 연락을 안 하면 “내가 뭔가 실수했나?” 걱정한다.

특히 월요일 아침이 가장 힘들다.

주말 동안 쌓아둔 마음의 여유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한 번에 무너진다.

 

사람들의 피곤한 얼굴을 보면서

“나도 저런 얼굴을 하고 있겠구나” 싶어진다.

가끔은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난다.

 

드라마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그렇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렇게 약해졌지?” 하며 또 자책한다.

밤에 잠들기 전이 가장 위험한 시간이다.

하루 종일 억눌러둔 생각들이 밀려온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살아도 되나?”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상한 건가?”


예전과 달라진 회복 방식

20대에는 친구들과 술 마시며 털어놓으면 금세 나아졌다.

밤새 수다만 떨어도 “역시 친구가 최고야” 하며 괜찮아졌다.

하지만 35세가 된 지금은 다르다.

친구들도 각자 바쁘고,

무엇보다 내 문제를 계속 털어놓기가 미안하다.

그래서 혼자 회복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지금의 나는 작은 것들로 회복한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기,

유튜브에서 고양이 영상 보기,

베개에 얼굴 묻고 10분 정도 아무 생각 안 하기.

예전에는 “이런 걸로 뭐가 달라져?” 했는데,

지금은 이런 사소한 루틴들이 정말 소중하다.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쓰는 멘탈 응급 처치법

완벽한 방법도,

거창한 비법도 아니다.

그 순간을 넘기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처방전이다.

 

5분: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손목 적시기. 심박이 가라앉는다.

10분: 휴대폰 메모장에 지금 감정 한 줄 쓰기. “짜증나”, “불안하다”, “속상하다”처럼 단어로 이름 붙이기.

15분: 좋아하는 음악 하나 틀고 창밖 보기. 오늘 하늘과 바람의 온도를 확인하기.

30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하나 사 먹기. 죄책감은 잠시 미뤄두기.

 

가끔은 이런 방법들도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땐 그냥 무너진다.

울고, 짜증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나서 “이것도 나야” 하고 받아들인다.

무너지되,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버티는 게 생존법이 된 35세

35세가 되고 나서 깨달은 건,

멘탈 관리는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매일 흔들리고, 매일 다시 잡는다.

그게 일상이다.

예전에는 “멘탈이 강해져야지”라고 다짐했다면,

이제는 “멘탈이 약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약한 멘탈도 나의 일부니까.

강해지려고 애쓰기보다는 약한 내 모습까지 함께 데리고 가기로 했다.

버티는 것도 능력이다.

매일 흔들리면서도 출근하고, 일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잠드는 것.

 

이 모든 게 대단한 일이다.

완벽한 멘탈 관리법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틸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정신력이 약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매일 다시 일어나는 나 자신이 충분히 강하다고 믿는다.


혹시 나처럼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타입이라며니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