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가면을 써야 하지?”
11년째 직장을 다니면서 깨달은 건,
직장에서 진짜 나로 살기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직장은 전쟁터보다 복잡하다
직장은 전쟁터라고 하지만,
전쟁터면 적어도 아군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잖아.
직장은 다르다.
어제까지 내 편이었던 사람이 오늘은 등을 돌리고,
평소에 차갑던 사람이 갑자기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처음엔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고 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11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직장에서는 “좋은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물론 둘 다 되면 좋겠지만,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
가면을 쓰는 것도 기술이다
월요일 아침,
진짜 기분이 최악이어도 “안녕하세요~” 하며 밝게 인사한다.
이게 가면일까, 예의일까.
나는 이걸 ‘사회적 윤활유’라고 부른다.
감정 노동에도 배터리가 있다.
“오늘은 웃음 30%만 사용하자.”
“진짜 감정은 신중하게 골라서 보여주자.”
“퇴근하면 가면을 벗고 나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자.”
처음엔 이런 게 가식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라고 받아들인다.
경계선을 긋는 법
20대의 나:
“나율씨, 이 일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해드릴게요.”
(속마음: 아 진짜 싫은데...)
35세의 나:
“나율씨, 이 일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진행 중인 업무를 먼저 마무리하고 검토해보겠습니다.”
(속마음: 일단 시간 벌고 보자)
경계선을 긋는다는 건 벽을 쌓는 게 아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무한정 일을 떠안다가 번아웃이 오는 것보다,
미리 브레이크를 거는 게 훨씬 현명하다.
멘탈 배터리를 관리하는 습관
스마트폰 배터리는 잘 관리하면서 왜 내 멘탈 배터리는 신경 안 쓰고 살았을까.
이제는 매일 체크한다.
- 90~100%: “오늘도 화이팅!” 할 수 있는 상태
- 70~80%: 일은 하지만 웃음이 조금 어색한 상태
- 50~60%: “그냥 조용히 일만 하자”는 상태
- 30~40%: 화장실에서 한숨 쉬는 횟수가 늘어나는 상태
- 10~20%: “나 왜 이 일 하고 있지?” 위험 상태
30% 이하로 떨어지면 즉시 충전 모드.
점심시간에 혼자 있기,
짧은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듣기.
작은 것들이지만 분명 효과가 있다.
퇴근 후 나를 되찾는 의식
퇴근했는데도 직장 생각이 계속 나는 건 정말 스트레스다.
그래서 나만의 ‘퇴근 의식’을 만들었다.
-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힘들었던 일을 하나씩 떠올리며 각 층을 지날 때마다 내려놓기
- 집 현관에서: 신발 벗으면서 “오늘도 수고했어, 나율아” 혼잣말하기
- 씻으면서: 직장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나를 의식적으로 분리하기
-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진짜 내 모습으로 돌아오기
처음엔 이런 게 우스웠는데,
의외로 뇌에게 “이제 모드 바꿔도 된다”는 신호가 되더라.
직장 동료와의 적당한 거리
직장 동료와 얼마나 친해져야 할까.
35세가 되어서야 답을 찾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모든 걸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다.
특히 직장 내 불만이나 다른 동료 이야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직장 동료는 인생 동반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일 뿐이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이렇게 힘든데 왜 버티냐고?
솔직히 말하면 돈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11년을 버티면서 깨달은 건,
완전히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견뎌내며 생긴 멘탈의 근육,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배운 소통의 기술,
그리고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런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완벽한 직장인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럭저럭 버틸 만한 나”를 만드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 멘탈이 바닥나도 괜찮고,
퇴근길에 한숨 쉬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일도 출근할 수 있을 만큼의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도 직장에서 버텨내고 있는 모든 분들,
정말 수고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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