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어정쩡한 관리법 시리즈 ⑥ · 관계관리: 이제라도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혼자여도 괜찮지만, 가끔은 함께여도 좋으니까.”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던 나, 그래도 가끔은 외롭다

지난 편에서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고 썼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싶기도 해.”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깨달았다고 해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35세가 되고 나니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고,

기존 친구들은 각자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럴 때 문득,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35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친해요!”라며 다가가기도 어렵고,

불안형 애착인 내 입장에서는 거절당할까봐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지난 몇 달간의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친구 만들기 방법을 정리해봤다.

---

1. 기대치부터 현실적으로 낮추기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대치 조정’이었다.

• ❌ 평생 친구를 만들어야 해 → ✅ 가끔 수다 떨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 ❌ 매일 연락하는 절친 → ✅ 한 달에 한 번 차 마실 사람
• ❌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 → ✅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

이렇게 기준을 낮추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베프’를 만들 필요도 없고,

그저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더해줄 사람을 만나는 정도면 충분했다.

---

2. 내 취향부터 명확히 하기

불안형 애착의 특징은 ‘상대에게 맞추려다 정작 나를 잃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나에게 편한 관계의 기준을 적어봤다.

• 연락을 자주 안 해도 서운해하지 않는 사람
• 만날 때 특별한 계획 없이 수다 떨어도 괜찮은 사람
• 서로의 사생활을 깊이 캐묻지 않는 사람
• 비슷한 나이대(30대 중후반)로 공감대가 있는 사람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어떤 모임에 참여해야 할지도 명확해졌다.

---

3. 부담 없는 ‘정기 모임’부터 시작하기

일회성 만남보다 꾸준히 볼 수 있는 정기 모임이 훨씬 부담이 덜했다.

• 📚 동네 독서모임 – 한 달에 한 번 같은 책 읽고 대화하기
• 🚶‍♀️ 주말 산책모임 – 지역 커뮤니티에서 모집한 30~40대 여성 산책모임
• 🎨 원데이 클래스 – 도자기, 베이킹 등 취미 활동으로 자연스러운 만남

이런 모임의 좋은 점은 ‘친구가 되자’는 부담 없이 안면을 트게 된다는 것.

몇 번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에 카페라도 가요”라는 말이 오간다.

---

4. 일단 ‘지인’ 단계에서 만족하기

불안형 애착은 관계를 빨리,

깊게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35세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천천히 가는 게 맞다.

1. 1단계 –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2. 2단계 – 모임 전후에 간단한 인사 나누기
3. 3단계 – 연락처 교환하기
4. 4단계 – 모임 외에 개별 만남 시도하기

각 단계마다 최소 두세 번은 반복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급하게 다가가면 오히려 관계가 어색해지고, 나 자신도 상처받기 쉽다.

---

5. 디지털 도구 활용하기

요즘은 온라인에서도 좋은 인연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코로나 이후로 이런 흐름은 더 자연스러워졌다.

• 🏘 지역 커뮤니티 – 동네 카페, 맘카페, 네이버 밴드 등
• 📱 소모임·번개팅 앱 – 관심사 기반으로 만남 시도
• 🎓 클래스101·탈잉 등 오프라인 클래스 – 취미 공유 중심
• 💼 직장인 스터디 – 자기계발 목적의 모임

온라인에서 시작한 관계라도 덜 진짜인 건 아니다.

취향과 관심사로 연결되면 대화도 자연스럽고, 오히려 겉치레 없는 만남이 된다.

---

6. 거절에 대한 마음 다루기

불안형 애착에게 가장 어려운 건 거절이다.

“혹시 내가 싫은가 봐…”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하지만 경험상 깨달았다. 35세의 거절은 20대의 거절과 다르다.

• 대부분 개인적인 거부가 아니라 ‘상황적 이유’다.
• 육아, 업무, 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시간이 없을 뿐이다.
• 거절당해도 다음 모임에서 여전히 웃으며 인사할 수 있다.

“커피 한잔 어때요?” 했다가 “요즘 너무 바빠서요”라는 답을 들어도 괜찮다.

다음 번에 보면 여전히 반갑게 웃어줄 테니까.

그게 어른들의 관계 방식이다.

---

7. 작은 성공에 만족하기

완벽주의 때문에 ‘진짜 친구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작은 연결에도 감사하게 되었다.

• 📚 독서모임 언니와 한 달에 한 번 브런치
• 🚶 산책모임 친구들과 맛집 정보 공유
• 🎨 도자기 클래스 친구와 서로 작품 응원
• 💼 직장인 스터디 동료와 업무 고민 나누기

이런 관계들이 나쁘지 않다.

깊지 않아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내 일상에 작은 활력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고맙다.

---

8. 현실적인 친구 만들기 팁

모임 선택할 때

• 6~8명 규모의 소규모 모임이 적당하다.
• 정기적이되 의무감 없는 모임이 좋다.
• 연령대가 비슷한 그룹을 선택한다.

대화할 때

• 개인사보다 공통 관심사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 질문은 하되, 대답을 강요하지 않기.
• 연락처 교환은 상대가 먼저 제안할 때까지 기다리기.

마음가짐

• “친구를 사귀러 왔다”는 목적보다 “활동을 즐기러 왔다”는 마음으로.
•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기.
• 관계를 ‘만드는 것’보다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

35세의 관계는 20대와 다르다

이제 친구란 ‘매일 연락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며 가끔 안부를 나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완벽한 친구를 만들려 하지 말자.

그냥 내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사람들을 천천히 만나면 된다.

---

당신은 새로운 친구를 어떻게 만나고 있나요?

혹시 나처럼 30대 중반 이후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이나 친구 만들기 팁을 나눠주세요.

혼자여도 괜찮지만,

가끔은 함께여도 좋으니까요.